이상한 여자아이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이상한 여자아이를 보았다. 이상한 여자아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이었다. 내 옆을 스쳐지나갔는데, 샴푸? 세제? 뭔가 상큼한 냄새가 났다. 나는 나도 모르게 주위를 살펴보았다.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가방을 멘 그 여자아이는 내 어깨 밑에서, 정수리를 내보이면서, 빠르게 지나쳐갔다. 적갈색 단발머리를 늘어뜨린 채. 휘날리면서. 나는 멍청히 서서 눈만을 끔뻑거렸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갔다.신호등이 바뀐 줄도 모르고, 나는 우뚝 선 채로, 주변의 욕설을 들으면서도, 그녀의 모습을 상상 속으로 그려 넣었다. 형태, 냄새, 촉감 등. 무척 창조적인 마음으로. 그런데 돌연 마음이 답답해졌다. 말로는 표현 불가능한 충동이었다. 그 무언가와 그 무언가로 인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