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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오늘 꾼 꿈 로또를 했다. 꿈속에서 나는 가족끼리 여행을 갔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으나 4인승 승용차를 타고 조금 외진 시골 도심을 가로질렀다.낮이었고, 아니, 정오였다. 우리는 점심을 먹어야 했다. 우리는 많은 음식을 싸가지고 차를 탔었다. 피자도 있었고 햄버거 같은 것도 있었고 여러 가지 과자도 있었던 것 같다.하도 배가 고파서 우리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쉬엄쉬엄 식사를 하기로 했었나? 아니다. 기름이 없었다. 주유소가 아무래도 보이지 않아서 길가에 차를 세우고 동네 슈퍼 쪽으로, 나와 아빠는 들어갔다. 무슨 사탕 자판기에서 적당량의 기름을 오천 원에 판다고 표지판에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아빠는 기름통을 손에 들고 햇빛에 반딱이는 검정 자판기 뒤쪽 연결된 검은 통에 기름을 가득 채워 넣었다. 그리고 자판기 왼.. 더보기
심해 불 꺼진 방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린 채 검은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불길한 감각이 돌연 찾아와서 소름이 돋아났다. 미역 줄기가, 마치 어둡고 답답한 심해의 수많은 미역 줄기가 발 끝에서부터 스믈스믈 기어올라 오는 느낌이었다. 정강이, 무릎, 양쪽 허벅지를 거쳐 골반을 타고 배를 축축히 적시면서 명치 가까이 미끄러지듯 다가든다. 기분 나쁜 축축함. 그뿐이었다.그때 세상에 햇살이 비추어 들었다. 지금까지 가망 안 보이는 감옥 속에 처박혀 있었는데, 한순간에 태양 저편 사람들의 사회 속으로 처박히게 되었다. 그랬다. 딸깍 하는 소리는 새로운 인생을 향한 출발 신호였다."불 꺼두고 뭐해. 나 공부할 거니까, 말 걸지 마.""……." 나는 침묵으로 일관한다.방문을 열고 들어온 김성연.. 더보기
이상한 여자아이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이상한 여자아이를 보았다. 이상한 여자아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이었다. 내 옆을 스쳐지나갔는데, 샴푸? 세제? 뭔가 상큼한 냄새가 났다. 나는 나도 모르게 주위를 살펴보았다.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가방을 멘 그 여자아이는 내 어깨 밑에서, 정수리를 내보이면서, 빠르게 지나쳐갔다. 적갈색 단발머리를 늘어뜨린 채. 휘날리면서. 나는 멍청히 서서 눈만을 끔뻑거렸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갔다.신호등이 바뀐 줄도 모르고, 나는 우뚝 선 채로, 주변의 욕설을 들으면서도, 그녀의 모습을 상상 속으로 그려 넣었다. 형태, 냄새, 촉감 등. 무척 창조적인 마음으로. 그런데 돌연 마음이 답답해졌다. 말로는 표현 불가능한 충동이었다. 그 무언가와 그 무언가로 인해. .. 더보기